교단 일기 -3월 두 번째
웅성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온 그 친구는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습니다.
가는다란 눈을 뜨고는 저를 힐끗 한 번 쳐다보았어요. 그나마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확인은 하고 싶었나 봅니다. 범상치 않은 모습과 기운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집에서 되뇌었던 말 ‘어쩔 수 없지. 그래 이건 운명이다. ‘ 물론 나 또한 사람이기에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뭘 어쩌겠어요? 사람의 일이라는 게 내가 선택하는 것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불평할 시간에 문제를 먼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 아이를 알아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직접 관찰하고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죠. 들었던 바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문제들이 습관처럼 굳혀진 것 같았습니다. 미리 계획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지도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의자에 바로 앉아 있는 것. 다리는 항상 옆으로 빠져있고 책상에 누워있는 행동이며 주변에 어지럽게 떨어진 물건들, 저를 쳐다보지도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등
처음엔 의자에 바로 앉아있기를 최우선 목표로 잡았습니다. 우리 어른도 나쁜 습관 하나를 고치는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아이는 오죽할까요? 이 친구는 집중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말을 간략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00아, 자 바로 앉자. “ 의자에 다리를 바로 넣고 앉는 것이 잘 되지 않았어요. “00야, 바로 앉자. 이렇게!”
말에 집중하지 못할 때는 행동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둘 째날부터 아이의 자리를 앞쪽 저와 가까운 곳으로 오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또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바로 앉아야지.” 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멀리 있던 책상을 가까이 당겨주고 어깨를 바로 세워줍니다.
저는 저 자신을 볼 때도 저의 자녀들을 볼 때도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이 바뀌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이 행동을 이끈다. 고 생각합니다.
사실문제행동이 도드라져 보이는 아이가 있지만 그 아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는 나에게도 있고 다른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잘못된 생각이나 습관 그리고 행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 저는 성장 노트를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사실 이 성장 노트의 역사는 10년은 된 것 같습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동기를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저의 가장 큰 고민과 숙제였습니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성장 노트 기록이었습니다. 성장 노트를 체계화시킨 것은 4년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3월, 만남이 있은 직후에 성장 노트 쓰기 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참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고 날씨가 바뀌지만요. 저도 그런 생각들을 자주 했었어요. ‘왜 난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그 자리 그대로이지? ‘
제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동력이 떨어지고 또 조금 채워지는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책을 읽고 또 도전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이루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했지만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2019년 겨울로 갈 무렵 저에게 한 권의 책이 머리를 쳤습니다. ‘내가 문제였구나. 나의 상황이나 조건이 아니었구나!’
그때부터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나로 돌아가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어쩌면 내가 하는 방식이 다 틀렸을 수도 있다. 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배우기로 했습니다. 나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새로이 하고 새로 배워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책이나 영상을 읽고 필사도 하고 녹취도 하고 제 자신의 생각들을 매일 기록해 나갔습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허리 통증이었습니다. 학생 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던 허리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을 바꾸기로 엄청난 충격과 함께 느낀 터라 문제 될 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운동하고 건강해지라는 사인이겠다. 정말 건강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더 새기고 새벽 기상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하나하나가 연결되고 나를 성장케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저의 염원이었던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니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런 삶의 방식을 선호하고 선택하고자 노력합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계획한 것, 마음먹은 것을 하지 못할 때 나를 구박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참 나에게 아량이 넓고 이해심이 많아졌습니다. 때로는 못할 때도 저의 성장 노트를 펼쳐서 기록합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들, 현실에서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것, 갈등, 이런 것들도 모조리 쏟아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내면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는 시간, 그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성장 노트를 쓰면서 어떤 아이들은 가족 간의 갈등이나 다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감사하는 상황들을 보았고 불평하고 욕하는 아이들이 부드럽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변화되니 아이들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 노트, 그것은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살면서 멈춤의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지금 3월의 넷째 주 성장 노트 활동을 5번 정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장 노트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