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진짜 문제는 우리의 시각!
3월부터 6월까지 기나긴 여정이 끝났다.
새 학년을 맡고 한 명의 아이는 나에게 버거운 숙제같이 느껴졌다. 이 숙제는 끝이 날까? 내가 나가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루에도 그 아이의 기분만큼이나 나의 감정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다른 학급 친구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행동들... 책상 주변 1미터 이상 자신의 물건들이 바닥이고 책상이고 널려있는 모습, 책이 없다며 소리소리 지르는 모습, 펜이든 연필이든 뭐든 없다며 고함지르는 모습, 화가 나는 것 마냥 바닥을 쿵쿵 거리며 찍는 모습, 교실 뒤에서 다른 물건들을 만지며 자리에 돌아오지도 않고 종이를 자르거나 다른 친구를 방해하는 모습, 급식소에서는 절대 자리에 앉지 않고 맛난 게 보이면 식판 주변과 입 주변을 음식으로 범벅을 만드는 모습...
7월이 되었다.
몇 일전 그 아이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몇 번이고 보다가 한 시간 동안 3번 카메라를 켜고 찍어 보관하게 된 담임의 감개무량한 이 기분. 누가 알까? 같이 살고 있는 남편도 내 가족도 우리 반 아이들도 모를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못 버티겠다며 병가라도 쓰고 싶은데... 문제는 너무 튼튼하다. 코로나라도 걸리면 5일이라도 맘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걸리지 않는...
유명한 저자들의 책 보다 아이 한 명이 내게 던지는 메세지는 전율을 일으키고 감동을 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전문가의 소견으로는 아이큐 60에 특수학급을 가야하며 약을 처방받아 최소 7개월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 읽기가 안 되던 아이가 글을 천천히 읽어가며 집중하는 모습은 앉은뱅이가 일어난 기적을 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다.
아이는 문제가 없다.
단연코!
문제로 보는 문제의 시각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