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 선생님이 안 나오신다…
수학 분수 단원에서 눈치 분수게임을 했다. 노래를 부르다 내가 5명 외치면 아이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숫자에 맞는 인원을 못 만든 친구들은 아웃.
그리고는 내가 4분의 1이라고 하면 눈치껏 네 명 중 한 명만 일어나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수학공부인지 놀이인지 모르는 이 게임을 정말이지 신나게 한다. 메달을 주는 것도 상장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치열하게 게임을 한다. 교직경력이 20년이 넘다 보니 보이는 게 많다. 5명이라고 외쳤을때 친구들의 그룹에 못 들어간 아이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마냥 기분나빠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다수는 게임을 받아들인다. 기분이 나쁘면 그 다음 계속되는 게임에서도 위축되는 법. 그래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 내가 만약 게임에서 짝을 이루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은 참으로 감정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어떤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내가 어떻게 처리하고 다룰지 판단하는 근간이 된다.
시간은 그냥 흐를 수가 없다. 정말이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감정들이 다양하다. 가끔은 내가 나 자신도 이해안 될때가 많다. 어떤 경우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어떤 날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때가 있으니… 그나마 많은 경영서적, 심리, 리더십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의 감정을 바깥에서 한 번 더 들여다 보려는 훈련을 본의아니게 해왔다. 나에게 있어 감정의 폭발은 거의 비슷한 지점이 진앙지였다. 바로 자존심의 문제였다. 내가 자존심이 약해졌을 때 그것이 큰 불로 번져서 이상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했다. 괜히 저 사람의 말이 나를 공격하는 것 같고… 실제 공격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은 나와 다르지 않다. 그들도 나로 부터 아니면 다른 이들로 부터 상처를 받았던 경험들이 마음 깊숙히 숨겨져 있을 것이다. 어떤 스피치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다들 상처받았다고 말해요. 제가 상담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제게 털어놓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상처를 줬다고 하는 이들은 없어요.” 운동을 하면서 흘려듣던 말들 중에 이 내용이 나의 귀에 박혔다. 감사하게도.. 나 또한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을 붙잡고 간직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준 상처도 많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부끄럽지만 처음 해봤다.
옆반 선생님은 지난 달 부터 학부모와 수많은 통화를 하고 상담을 해왔다. 결국 부모님들은 국민신문고에 언어폭력이라며 선생님은 정당한 지도를 했을뿐이다. 오히려 신문고에 올리고 교사의 말과 행동에 지적을 하는 것은 교권침해다. 하며 일이 커져버렸다.
슬프게도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로서도 부모로서도 아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도 어느 누구하나 좋은 일이 아니다. 마음 아픈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나 또한 그런 힘든 일을 겪어서일까…
출근하지 않는 그 분의 머리와 마음이 얼마나 뒤얽혀 있을지 상상이 된다.
아무도 도와줄 이 없고 혼자 이겨내야 한다. 그것이 힘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