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아마츄어에서 프로가 되기까지
우리 부부는 다 커버린 큰 아들에게 엄마, 아빠도 처음이라 서툴었어.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약이라고 준 것이 독이었던 셈인 경우가 너무도 많다.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부모의 어리석은 양육태도를 아이에게 상처가 아닌 이해로 받아들여지고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해주니 감사하기까지 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끼지만 어른 보다 아이들이 더 우리 어른들을 잘 용서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투르고 실수투성이에다 힘들다. 이를 닦는 법을 배우는 아이를 보라. 칫솔에 묻은 치약을 다른 곳에 묻혀대기도 하고 이를 닦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 없어 보인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이 닦는 건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었다. 계속하다 보면 실수는 줄어들고 의식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행동하는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는 좋은 것이라고 하는 일인데 아이에게 독이 되는 건 없을까? 객관화도 시켜보는 거다.
영어전담교사를 약 5년 정도 한것 같다. 영어 수업은 차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노래도 부르고 목소리 톤도 차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나고 힘차게 진행해야 한다. 수업을 하면 모든 아이들이 광고에서 처럼 나만 바라보며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아이들 일부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경고를 주다가도 잠시 멈춰 잔소리를 해야 할 때가 생긴다. 이후 나는 다시 영어수업으로 돌아와야 한다. 어떻게? 아주 신나고 발랄한 목소리로 렛츠 고~~ 를 외치며 게임도 진행하고 문장 말하기 연습도 진행해야 한다. 어린 시절 코미디 프로그램에 반쪽은 여자 분장, 반쪽은 남자 분장을 해서 음악과 외모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며 립싱크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마치 그것처럼 방금 전 창가에 있던 아이에게는 엄한 목소리로 경고도 하고 설명도 했지만 갑자기 교실 중앙으로 돌아와서는 너무나 밝은 목소리로 다른 사람인 척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처음에는 내가 미친 사람 같기도 했다. 2중 인격자 같은 느낌이라 할까? 앞서 양치하기가 익숙하게 되는 것과 같이 나는 그 과정을 수도 없이 겪게 되면서 쉬워졌다. 마치 불을 막아주는 방화셔터와 같이 감정이 툭 끊기는 연습이 절로 되었던 것이다.
부모로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녀가 마음에 안 들때가 있을 것이다. 안 좋은 감정은 그 순간으로 툭 끊어내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표정, 감정 조절 훈련도 우리 부모들은 해야 한다. 직장에서 우리가 동료들과 또는 상사와 감정이 상했다고 그 감정을 계속 끌고 가지 않으면서 집에서는 왜 그렇게 우리는 감정에 솔직한지 모르겠다.
부모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부모가 되었다고 월급을 받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서 아주 고귀한 직책을 맡았다. 그것도 공짜로! 가벼이 생각하지 말자. 처음에는 누구나 아마츄어다. 하지만 부모가 되었다는 것은 아마츄어의 인생에서 돌아서 프로의 세계로 입단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강력한 체력훈련과 감정훈련 그리고 자기 조절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운동선수가 그렇듯 오늘도 피할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루틴 속에서 감정을 잘라내는 연습을 하자.
시간이 흘러 우리는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게 될것이다. 너희가 없었다면 난 엉망이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