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4. 08:32ㆍ카테고리 없음
23년간 1학년과 6학년 담임을 제일 많이 맡았다. 양 극을 담임하면 3월 첫날 조금은 어색하다. 6학년을 하다 1학년 아이들을 보면 갑자기 유치원 선생님이 된 듯하고 1학년을 하다 6학년교실 문을 열면 웬 중학생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다 싶다. 1학년 담임을 몇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막상 1학년이 되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알림장을 쓰면 학급에 3~4명 정도의 학부모님이 문의 전화나 문자를 내게 보내왔다. 우리 아이가 1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왜 이 말이 이렇게 어렵나? 난 분명히 자세하게 그것도 친절하게 안내했는데… 어렵지도 않은 안내사항인데 왜 헷갈릴까? ‘
내가 학부모가 되었을 때 알림장을 읽으며 궁금한 사항이 그렇게 생길 줄 몰랐던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의 담임교사는 친분이 있었던 터라 문의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내게 질문할 때 얼마나 고민이 되었을까?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얼마 전 대형 문구점 앞을 지나가는데 한 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미나야 너 학교 갈 거니까 여기 와서 문구랑 필요한 거 사자.
지금은 군대 간 아들이지만 그 어린 시절 나와 큰 아들과의 대화처럼 들렸다. 나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 손 꼭 잡고 실내화 공책, 색연필 등을 사러 여기 왔었지.라는 생각이 스치며 잠시 회상에 젖게 되었다.
그래, 나는 학교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렇게 설레고 염려되는 것들이 많았는데 보통의 엄마들과 아이들은 얼마나 긴장되고 설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예비학부모를 위한 글을 몇 개 써서 안내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1. 아이에게 잘해야 한다.라는 말은 하지 않기!
3월 입학식날은 아이들 모두 그야말로 공주와 왕자다. 이 날을 위해 큰돈 들여 새 가방도 사고 새 신발도 산다. 하지만 눈빛에 느껴지는 낯섦과 긴장감은 숨길 수가 없다. 어떤 아이들은 뒤에 있는 엄마, 아빠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물론 활짝 웃으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담임은 나의 입만 주시하면서 군인 같은 경직성에 나는 내가 불편해져서 한 마디를 건넸다. “얘들아, 학교 오니까 좋아?” 그런데 몇몇은 그래도 대답을 못하고 힐끗 나를 쳐다볼 뿐이다. “숨 쉬어. 괜찮아. 편안하게 해. 엄마가 학교 가면 형아 언니, 누나, 오빠처럼 해라고 했지? 그런데 괜찮아. 편안하게 선생님이 도와줄 테니까 실수할까 봐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
동화책 소리 내어 읽어주기를 주로 아침활동을 하는 나로서는 가장 좋아하는 책들이 실수해도 괜찮아. 류의 책들을 많이 읽어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학교에서 어떤 실수할까 봐 제일 겁이 나니? 그러면 선생님이 묻는데 대답 못하는 것도 두렵고 아이들이 자기랑 안 놀아줄까 봐 두렵고 뭐든 하다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온통 두려움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라고 해서 특별한 곳이 아니라 유치원이나 똑같지만 크기가 크고 교실도 많고 아이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안심시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2. 내가! 내가! 이런 행동은 친구들이 싫어해요.
1학년 아이들은 발달단계상 아직도 자기중심적 성향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이런 특징이 강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참을성이 있어 기다릴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생활을 누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사실 학교생활은 지적인 능력보다 정서적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적응을 매우 잘하는 것을 보게 된다. 1학년 교과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3월 적응기에는 지역마다 다른 적응기간에 사용하는 별도의 교과서가 있다. 교과내용에는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다. 그야말로 1학년은 적응기간으로 간주하고 학급규칙을 지키고 학교와 친해지며 학교를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기다.
학급에 몇몇 아이들은 실제로 3월 한 달간 울면서 학교 오기 싫다며 부모님과 보채며 한 바탕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도 있다. 학교적응에 가장 중요한 인적요인이 교사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관계가 아이들이다. 처음부터 고집부리고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은 아이들이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아이들이다 보니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저 친구와는 놀기 싫다.라고 해버리면 관계형성이 어렵게 된다. 내가 먼저 할 거야. 내가 이긴 거야. 너 저리 가. 이런 말들은 상대편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지적능력 향상에 힘을 쏟는 것만큼이나 예쁜 말 하기, 친구들에게 바르게 행동하기를 생각날 때마다 연습을 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 길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거다. 민희야 너 친구가 너랑은 안 놀고 다른 친구랑 놀겠다고 해.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제로 울거나 선생님에게 이른다. 하지만 담임인 나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겠는가? 안 놀겠다는데… 그래도 담임의 권한으로? 상대 아이에게 친구가 놀고 싶다고 하면 그래도 어, 그래 같이 놀자.라고 얘기해 보자. 놀기 싫다는 말을 들으면 너도 화가 나겠지? 이렇게는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10번 20번 계속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친구들에게 말 예쁘게 하는 법을 시뮬레이션 연습을 해서 오는 것 추천한다.
#1학년입학#1학년입학준비#1학년적응#1학년학부모#초등1학년#초등학교1학년#우리아이#적응기간#3월적응#1학년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