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가두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2022. 7. 1. 11:44에세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다. 

"코로나 때 뭐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답변이 궁금했다. 

대체로 안보던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모르겠다. 그냥 2년이 지나가버린것 같다.라고 했다. 

 

나는? 

확실히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답하지는 않았다. 

괜히 다른 사람인척 하는 것만 같아서. 

코로나시대 나는 갇혀있었다.  좋아하던 운동도 여행도 그 어떤 것에도 제약이 따랐다. 

처음에는 뉴스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살았지만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불안에 휩싸여 내 몸과 생각이 점차 마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나 스스로를  가두는 거다
지금부터...

일부러 도시락을 직장에 싸가서 혼자 먹고 
일부러 몸이 안 좋다고 하며 대화도 하지 않고 
그렇게 나는 혼자 업무를 하며 성장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어느새 읽어 내려가는 책의 권수와 필사 노트 그리고 생각과 메모들은 쌓여갔다. 쌓여가는 것들과 함께 눈이 점차 안 좋아졌지만 많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외적 변화가 아니었다. 내면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에게 질문하고 나 스스로 답하고... 정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 혼자 울고, 혼자 화내고... 그때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쌀쌀맞게 혼자 지내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생의 절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나를 발목 잡았던 것은 상황과 여건이 아니었다. 과거의 감정과 상처에 매여있는 나였다. 그것도 한참 전.... 어린 시절의 나에 멈춰있었다.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었다. 며칠간 슬픔과 아픔이 교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런 시간들이 흐르니 뭔가 쓰레기통에 가득 찼던 더러운 것들이 없어진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 
이후 나는 성장하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코로나 시대가 가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의 본론이다.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3월부터 지금까지 못 만났던 이들과도 만나고 하고 싶었던 운동도 실컷 했다. 행복하고 기뻤지만 지난달부터 뭔가 일상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그 깊이 있던 시간들이 없어지고 내 속에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들과 감정들이 들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오늘 나는 다시 나에게 명령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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