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6. 15:33ㆍ교육현장 스케치/Tips for teachers.

농사에도 시기가 있다고 한다. 파종시기, 거름 주는 시기, 수확시기라는 것이 있다.
교사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아이들도 처음 만나는데 업무도 새로 맡고 심지어 학급도 이사를 가느라 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분이 아이를 입양했다면 그날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고 이삿짐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도 그 아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내가 만냐야 하는 아이들의 인원수는 자그마치 25명이 넘는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한 문장만 얘기해도 교사에게 들려오는 것은 25개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변형이 된다. 교사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도 아나보다. 서로 자기 얘기를 하려고 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한 문장은 여러 개의 문장과 의성어가 보태져 작은 공간은 어느새 후끈 달아오르게 된다. 상상해 보라!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교사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 아이들을 보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교사와 모니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탯줄과 아기와의 관계다. 정말 슬프지만 말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학내 메신져로 3월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쏟아지고 보이지 않는 탑을 쌓게 된다.
이때가 개개인의 역량과 성격이 나타나는 시기다.
나는 학기초가 너무나 두려웠던 사람이다. 정말 할 일들은 쌓여가고 내가 맡은 업무는 그야말로 외계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같은데 처리해야 하다니! 공문이라도 오는 날이면 그날 저녁 지구에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하고 바랄 지경에 까지 이른다.
23년째 3월을 보낸 덕택일까? 나는 언젠가 드라마에서 본 김비서로 변신한다. 머리를 질끈 묵고 처내야하는 적들의 이름을 쓰듯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죽여버리겠다는 각오로 기록을 한다. 하나의 타깃을 지정해서 하나씩 해치워 나가며 빨간펜으로 줄을 그어버려 내 머릿속에서 완전 박멸해 버린다. 그래야 교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12월 즈음 나는 올해 잘했을까? 질문했을때 내가 계획했던 것을 못했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좋든 싫든 내년이 또 기다린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교사가 그만두는 그날까지 이 곡의 연주는 매년 이런 식이다.
원대한 꿈과 수업과 학급경영에 투입하고자 했던 usb 드라이브를 꺼내 보는 것은 3월 말 빠르면 3월 셋째주? 그랬다.
어느 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 그것도 3월 2일 첫날! 그리고 3월 첫 주, 이어 3월 둘째 주까지.
심정지가 일어났을때 골든타임이 6분이라고 한다. 담임교사로서 아이들과 어떻게 학급을 구성하고 진행해 나갈지의 호흡과 생기를 불어넣는 골든 타임이 이 시기로 확신한다.

3월 2일이 또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업무의 쓰나미에 매몰되어 1년의 학급경영이 망쳐지는 재난을 피애햐 해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하겠죠?
다음 글에서는 아이들과 만나기 전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저도 정신 차리고 한 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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