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 16:50ㆍ교육현장 스케치/Tips for teachers.
23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 통계 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전하고자 하는 것이 학업성취도와 운동능력은 매우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이다.
3월 체육시간 아이들이 새로운 운동을 익히고 수행하는 것을 보면 올해 아이들의 학업능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이고 어떤 아이들이 리더인지 어떤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지 눈에 띌 정도다. 대체로 운동을 즐기는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어려움이나 아픔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와는 반대 성향의 아이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장 먼저 보인다. 아이들은 공을 만지기도 전에 설명을 들을 때부터 인상을 찌푸린다. 수행의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 할지라도 평소 소극적이고 긴장도가 높은 아이들에게 게임은 그것이 무엇이든 고통과 어려움이다.
피구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다.
"피구 하자" 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자리에서 폴짝폴짝 뛴다. 이때는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우는 아이 속출이다. 왜 울까? 피구는 그야말로 공을 피하는 게임이고 공은 누군가를 향해 던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공에 어떤 아이가 되든 공에 맞게 되어있다. 그것이 피구라는 게임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공만 맞으면 운다. 다리를 맞아도 어깨를 맞아도 운다.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기는 1인이기 때문에 나는 이 즐거운 체육시간에 공 하나 맞았다고 우는게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정말이지 가끔은 화가 날때도 있었다. 먼저 공을 맞아서 운다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일단 아이들은 아플 수 있다. 둘째 무서웠을 수 있다. 셋째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넷째 내가 경기에서 탈락되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다섯째 그냥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반사적으로 눈물이 날 수 있다. 순간 서럽다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다른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다.
명색이 담임인데 화를 낼 수는 없다. 내 자식이 아니니 내가 마음대로 그만 울어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다... 처음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게임은 중단되고 필드 가운데 한 아이는 서럽게 울고 있고 주변을 둘러싼 아이들은 그때만큼은 다 천사가 되어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어떡해?" 연발이다. 그러면 우는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피구를 한 게임하면 이런 상황은 40분에 적어도 3차례 이상은 발생한다. 아이들이 울 때마다 진정될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려주곤 했다. 이러한 상황이 시간 가면 없어질까? 만약 그대로 둔다면 빈도수는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겨울방학식이 있기 얼마 전이었다. 옆반 선생님과 협의를 해 반 대항 피구를 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반에는 게임도중 우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럼 옆반은? 3명의 여학생이 울었고 남학생 2명은 화를 내며 기분이 상한채 나갔다.
그럼 우리반 아이들은 왜 공을 맞았는데 울지 않는 걸까?
나는 항상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미리 약속이나 규칙을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문제상황이 오기 전에 사람들이 그 상황이 와닿을 리가 없다. 여행 가기 전에야 여행자 보험을 알아보는 법이다. 여행 갈 계획도 없는데 약관이나 금액을 자세히 알아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이들과 체육시간 체육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의 예상대로 한 시간 안에 피구를 하면서 5명 정도는 울고 또 몇 명은 억울하다고 하는 몸짓과 표정을 크게 취한다. 몇 명은 나에게 와서 어떤 아이가 자신에게 나쁜 말을 했고 일부러 나한테 공을 던졌다고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경기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자연스레 멈추게 된다.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다고 중단되면서 수업을 진행할 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 끝나고 교실에 오면 절반 정도의 아이들은 표정이 좋지를 못하다. 나는 그때서야 아이들에게 묻는다.
"오늘 체육시간 재미있었어?"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아이들은 "네~~~ 다음에 또 해요" 라고 답을 한다.
나머지 아이들을 주시해서 보면 그 아이들은 주로 나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책상이나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별로 대답이 없다.
다음 질문을 한다.
"오늘 체육시간에 친구들이 이렇게 안 했으면 하는 행동이 혹시 있을까?"
"다음에 이렇게 행동하면 더 즐거운 체육시간이 될 것 같은 것들 없을까?"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두리번 거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고개숙였던 몇 명의 아이들도 나를 힐끗 쳐다본다. 할 말은 있는데 하지 못하는 상황. 마치 자신의 불만사항을 말하면 고자질이 되어 친구사이가 멀어질까봐 두려워하는 분위기 인 것 같기도 하다.
이때는 처음 대답하는 아이들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처음 대답하는 아이가 고발하는 투, 한 아이를 지목해서 하는 말을 한다면 그 다음의 아이들도 그런 종류의 답을 하게 된다. 따라서 먼저 답하는 아이가 누구가 이렇게 해서 기분 나빴다고 말한다면 교사가 수정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 수민이가 용우의 행동에 기분이 나빴던 것 같구나! 그런데 상대 친구도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게임을 하다 보니 툭 튀어나오는 행동(말, 표정)을 했을 수 있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니까 말이야. 한 번 아이들을 슥 둘러본다. 아이들과 눈맞춤을 하면서 말이다.
선생님이 질문을 한 것은 누가 잘못했지? 가 아니라 다음에는 우리 반 친구들이 이렇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바꿔서 얘기해보자. 수민이가 기분 나빴던 것은 내가 아웃된 거 아는데도 불구하고 용우가 한 번 더 "야! 너 아웃이야 나가!"라고 한 번 더 얘기하니까 그런 말투가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구나. 맞니? 그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아요. 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조금 다른 경우는 아이가 보충설명을 한다.
그러면 나는 칠판에 체육시간에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이런 행동은 삼가자. 라는 제목을 쓴다. 그 아래 번호나 점을 찍으면서 아이들의 발표내용을 기록해 나간다. 몇 명의 발표가 이어진 뒤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기분 나빴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록한 내용을 함께 읽어도 보고 가장 공감되는 부분에 투표도 해본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남의 눈에 티끌은 보아도 자신의 눈에 들보는 보기가 어렵다. 나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 만약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다 이유가 있고 내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여러분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있을까요? " 라고 물어본다. 사실 누구든지 자신의 행동을 알아채는 것이 어렵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부끄럽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잘못도 인정하고 수정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이렇게 해도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선다. 항상 나를 예로 드는 것이 제일 마음의 빗장을 푸는 열쇠인 것 같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얘기했던 것 9가지 중에 6개는 해당되는 것 같아. 뭐 인 것 같니?"
아이들은 선생님이 한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목소리가 작은 녀석들까지도 핏대를 세우며 소리친다. 어떤 선생님들은 나는 어릴 때 그런 적이 없어요. 기분 나빴던 경험도 없고 규칙 진짜 잘 지켰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연기라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왜? 우리는 교육자니까. 교육자는 때로는 연기꾼도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 마음애 닿을 수 있으니까.
내가 먼저 나의 죄를 고백한다. 그럼 너희들은 혹시 선생님과 비슷한 것이 있을까? 1번? (손을 든다.) 2번 상황? (손을 든다.) 어떤 아이들은 모든 상항에 손을 드는 아이들이 있다. 그때 민감하게 반응해줘야 한다. 우와 규민이 멋진데. 나같으면 부끄러워서 아이들 앞에서 손 못 들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 저도 8개나 손 들었어요. 이렇게 말한다. 참 재미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것이 초등교육의 묘미다.
이 상황을 마무리 할 시간이다.
얘들아, 우리반 친구들이 체육 한 시간을 하고 느낀 바가 이렇게 많은 걸 보니 다음에는 그래도 오늘 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아.
다음 체육시간이 끝나면 또 이와 비슷한 얘기들을 나눈다. 다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에 다양한 방식의 멘트나 대화가 효과적일 것이다. 예로 오늘 체육시간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해 준 행동을 말해볼까? 지난번 보다 더 나아지고 예의가 발라진 친구가 있을까? 오늘 이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다. 혹시 소개해 줄 수 있을까? 등
우리 모두 처음부터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던 것은 아닐것이다. 어떤 글귀에서 우리가 걱정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이유는 그런 연습을 수도 없이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상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지적하니까 우리는 그런 행동 하지 않았다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던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실수할 수 있고 상대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하지만 잘못을 알아가고 나중에는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이런 과정은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다. 3월 한 달로도 부족하다. 계속 하는것이다. 교육? 그것은 1회용 그릇이나 컵이 아니다.
우리 반에는 민수(가명)라는 한 아이가 있다. 체육시간이든 무슨 시간이든 감정조절이 안 되는 아이다. 한 시간 안에 울었다 화냈다. 잠을 잤다가 던지다가... 정말 행동과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은 아이였다. 민수는 체육시간이면 빠짐없이 화내고 울어댔다. 그리고 체육관 한 쪽에서 씩씩대며 우리반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12월엔 누구보다 활기차게 행복하게 체육시간에 잘한다며 친구들의 격려를 받는 아이가 되었다.
우리가 담임이라는 이유로 참 많은 상황과 사례들을 접한다. 26명이 있으면 26개의 사례가 있는것 같다.
피하려고 하면 더욱 고통스럽다.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 들어줄 때 까지 때로는 과격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테니까.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격하게 전달할 테니까. 하루 하루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들 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볼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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